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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그녀

by the great 2021.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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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엄마가 집에 와계셨다. 오셔서 밥도 해주시고 빨래도 해주시고 청소도 해주시고 내가 어렸을 때처럼 모든 것을 다 해주시니 너무 좋았다. 가끔은 이렇게 아프기도 해야 엄마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구나 생각도 했다. 크게 아픈 건 아니어서 엄마는 집에 가셨다. 나는 막내딸이다. 그러다보니 꼼꼼하게 집안일을 한다든가 음식을 잘 한다던가 하진 못한다. 결혼이 늦었기도 하고 요리에 취미가 있거나 집안일에 취미가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에 반해 엄마는 집안일을 취미로 잘도 하신다. "엄마, 힘들지 않아?"라고 물어보면 "이 정도 일은 일도 아니지, 너의 아빠 따라다니는 것에 비하면 노는 거지"라고 말씀하셨다. 아빠는 여전히 엄마를 비서처럼 데리고 다니신다. 텃밭도 씨만 뿌리면 엄마가 다 관리하시고 정작 아빠는 주변인으로 돌아 만 다니시고 일은 엄마가 다 하시는 것이다. 남자가 앉아서 텃밭을 매는 일은 여러운 일이어서 그렇다지만 씨 뿌리고 일을 시작해두고 나머지는 엄마에게 다 맡기시는 아빠의 만행(?)에 우리 형제자매들을 골내고 있다. 이제 텃밭도 가꾸기 힘든 나이라고 입을 모으며 이야기 한다. 그런데 내가 엄마를  우리 집에 모시고 와서 일을 시키니 안 될 일이긴 하다. 다행히 나의 막내딸 혜택으로 형제자매들이 조용하다. 나였다면 엄마 나이도 있으시니 이제 그런 일로 집에 부르고 하지 말라고 다른 형제에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매일 일기도 쓰시고 가끔 유튜브도 하시며(매일은 아니고 노래를 부르시거나 자신이 아는 이야기를 하시는 등 마음대로 하는 유튜브다) 노후에 심심하지 않으시게 잘 지내고 계시다. 이틀 정도 엄마와 있어보니 우리 엄마가 얼마나 잰틀하고 부드러운 사람인지 다시 한 번 느꼈다. 아빠가 매일 엄마를 찾는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는 가는 매우 중요하다. 엄마처럼 인내심도 많고 배려심도 깊고 마음씨도 고운 배우자를 만난 아빠가 부럽다. 나도 남자 배우자 말고 엄마처럼 음식도 뚝딱 하고 청소도 깨끗이 하고 이야기도 도란도란 잘 하는 그런 여자 배우자를 갖고 싶다. 어차피 이생엔 내가 여자로 태어나서 어쩔 수 없이 남자 배우자를 만났지만 다음 생엔 엄마처럼 멋진 여자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지금 남편에게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결국 다음 생의 바람으로 글이 귀결된 글이 되었다. 은근히 쓰다보니 나의 성향이 나오는 것 같다. 글쓰기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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